시간 여행

글/나천수

여행이나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이 
즐거운 것은,

만년이든
천년이든
백년이든
하루 아니면 두어 시간으로
농축할 수 있어서이니,

시간의 농축이라는 것이
과거만 농축하는 것이 아니다.
미래의 시간도 농축할 수 있어,

그래서 여행이나
드라마 한편 감상하는 것이
즐거운 것이다.

육신의 눈은
과거의 시간 농축을,
마음의 눈은
미래의 시간 농축을,
동시에 보고 있는 것이다.

피부로 느끼는 시간은 평면이지만
마음으로 느끼는 시간은 입체가 되어
시공을 초월하여
만년, 천년, 백년도
한눈에 조감하는 것이니,

인천을 출발하여,
로마로, 폼페이로, 카프리로,
몽블랑으로, 파리로, 런던으로,
빙빙 돌면서

평면도나 입체도인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한편의 드라마 보듯 보았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듯,
대영박물관 이집트 미이라 하나,
그 유리관 앞에 서면,

선 자리에서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육신의 눈과 마음의 눈이
동시에 보고
보는 자마다 자신의 모습
천기누설이나 된 듯
섬짓 한발 뒤로 물러서지만,

한번 보았던
시간의 입체 도형은,
지워지지 않으니.

여행객은
시간이란 무대를 보는 관객이면서
시간이란 무대의 배우이기 때문에
무대를 거꾸로 돌릴 수 없어,

그래서 삶의 여행이든
육신의 여행이든,
마음의 여행이든,
여행은 불안하고 무서우면서도
보고 싶은 설레임 때문에
가는 것이거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