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도(鳥島)


글/나천수

         ※조도는 진도군의 유일한 다도해 국립해상공원의 하나임


내 어깨 위에 짐 진 것 없어도
내 등에 지게 지운 것 없어도
나를 무겁게 짓누르는
그 무엇이 삶의 무게일까

무게가 무거울수록
허리가 휘고
버티고 선다리가 후들거리니 
짐을 벗어 던져버리고 싶다.

나를 가두고 있는 벽을 허물고
창살 없는 감옥 같은 우리를 탈출하여
새처럼
같은 새들끼리 군무추면서
푸른 하늘로 날고 싶어 한다.

얼마나 날고 싶었으면
날개 짓을 그치지 않으랴
하늘 높이 나는 새를 보면
떨어지지 않으려는 끝없는 날개 짓

하늘 높은데서 내려다보면
바다위에 내려앉은 새 가슴에
밀려오는 파도가 만드는 흰 거품이
마치 갈아않지 않으려고 
파닥거리고 있으니

일상의 늪에서 탈출하여
하늘을 날던
바다 위에 착륙하여 나래를 접든 간에
날개 짓을 그칠 수 없는 파닥거림의 풍경화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있는 곳 
조도(鳥島)라는 섬이 있으니

새가 섬으로 보이던지,
섬이 새가 되었던지 간에
조도에 가면
삶의 무게를 잴 수 있다.
어부들이 건져 올린 그물속의
고기를 저울로 재듯
가벼운 것과 무거운 것 가려 내여
값을 매겨 세상에 내 놓는다.

참으로 이상한 것은
삶의 무게로 허덕거리고 있으면서도
왜 무거운 것을 취하려하는지

한세상 파닥거리며 사는 것이
무거움에 대한 저항인지
가벼움에 대한 쾌감인지
알 수 없다면 조도에 가보라.
왜 섬이 가라않지 않는 것인지
왜 새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가를

높이 나는 새는 상조도(上鳥島)
낮은 곳으로 나는 새는 하조도(下鳥島)
어찌 이것뿐이랴,
조도 섬 300여개가 철새 되어
무리지어 비상하는 조도 육군도(六群島)를,
그중에서 관매도(觀梅島)라는 희귀조를 보지 않고
어찌 삶의 무게를 논하랴,

관매도 8경이란 것이 모두
삶의 무게를 못 이겨 죽은
철새가 화석이 되어 기암괴석으로 서있으니
무거움과 가벼움의 교훈을 알려면
조도에 가보아야 할 것이다


2004년 6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