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미의 소리샘

작성자: 金炯出 (mjmc00@hanmail.net)

2004/8/29(일) 10:56 (MSIE6.0,WindowsNT5.1) 221.155.97.14 1024x768

바보소리[수필]

바보소리/如如金炯出

도심의 바깥 도로에서는 쌩쌩 달리는 차량소음이 들어오고 있다. 그 소리는 귀 바퀴를 몇 차례 맴돌다가 귀청 속 깊이 꽂혀 작은골을 움직인다. 그때야 비로소 마음으로 소리를 느끼면서 스스로 소리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는 바보소리를 들을 때가 기분이 참 좋아지더라. 바보소리에도 빛깔과 색깔이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멍청한 바보가 똑똑한 바보로 탈바꿈한다면 똑똑한 바보가 멍청한 바보로 추락하는 것보다는 훨씬 보기에도 좋고 마음이 편안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똑같은 소리를 이유 없이 계속 듣는다면 유쾌하지만은 아니할 때도 많더라. 이 세상에 똑똑한 사람이 워낙에 많아서 아마 90% 이상은 좋든 싫든 간에 바보 소리를 들으면서 똑똑한 사람의 들 놀이로서 살고 있을 것 같다. 바보란 개념을 잘 알지 못하고 내뱉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답답하기는 매 마찬가지 일수도 있다. 바보가 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바보소리를 듣게끔 만든 것도 사람이다. 바보가 되기 위한 노력 없이는 이런 바보소리를 듣기 어려운 세상이다. 나 자신도 항상 바보라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오고 있지만 정말 바보짓을 하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은 나보다도 더 왕 바보라는 느낌에 혼자서 빙그레 웃음을 지어본다. 아마, 그 사람도 날보고 같은 생각에 코웃음을 칠지도 모른다. 때로는 말하지 말아야할 때 말함으로써 바보가 되는 경우가 있겠고, 말해야할 때 침묵으로 일관해서 바보가 되는 경우가 있다. 바보의 개념은 칭찬의 소리로 들릴 경우가 있겠고 반대로 질책과 비아냥거리는 소리로도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양심의 가치는 적어도 옳은 것에 “YES!”라고 말할 수 있어야하며 틀린 것에 “NO!"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어야만 바보소리를 듣는다. 요즘 세상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태도가 오히려 똑똑하다는 소리를 듣는 것도 사실이다. 그 소리도 아니오, 저 소리도 아니오. 바로 잇소리라는 걸 모르는 나의 모습. 자기 자신의 생각이 주체가 되어야겠지만 세상을 살다 보면 그렇지가 않더라. 자신의 생각보다 남의 생각을 귀담아 듣는 것이 맞을 때가 더 많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원칙이 정해진 사안이나 사물은 그 본질이 맞는 것이다.
모르면 침묵이라도 지키면 중간이라도 간다는 소리를 알고 있지 않은가? 잘 알면서도 행하지 못하는 것은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왕 바보가 되기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빤히 보이는 진실을 인정치 않고 어설픈 자신의 눈으로 잣대를 댄다. 그래서 우리는 바보소리를 골라내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자기 자신이 무지(無智)상태라면 좋은 바보, 나쁜 바보소리도 구별을 못하고 우왕좌왕 갈피를 잡지 못한다. 바보소리를 듣는 이유 중에는 인정(認定)이란 사실을 거부하는데도 있다.
인정(認定)은 아름답고 따듯한 모두의 승리이며 최대한 자신감, 자존심 그리고 자신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인데도 사람들은 이것을 부정하고 역으로 생각하면서 자기 자신을 스스로 바보 되기를 자청하고 있다. 나는 언제까지 바보소리를 들으면서 살아야할까, 아마 어떻게 보면 죽어서까지도 아니면 죽은 후에도 바보소리를 들을 경우를 상상해 본다면 나 자신이 미워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몇 년 전 사업을 처음 시작하여 세상 물정 모르고 덤벼들었다가 나의 지나친 욕심 때문에 몇 방 얻어맞고는 그로기상태로 몇 년 동안 운영자금에 쪼들리며 휘청거리고 있을 때에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바로 아래 남동생이 나를 보고 이렇게 말을 하더이다. “형은 바보처럼 매일 당하기만 하느냐. ”동생에게 이런 말을 들어야만 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서 대꾸 한마디 못하고 침묵으로 일관했던 적이 있었다.

아내는 날 보고 “형이란 사람이 오죽 못났으면 동생에게 그런 소리를 듣고 있었느냐,” 반문하면서 성화를 내어 나를 무색하게 하였다. 나의 동반자인 아내에게도 이런 유쾌하지 못한 소리를 들었으니 정말로 바보였지, 그 이후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나니, 지금 아내는 나를 보고 “당신! 바보가 아니고 대단한 사람이야.”라고 말하면서 반대로 칭찬을 한다. 살다 보면 이런 일이 한두 번만 있겠는가, 바보와 현명은 얇은 백지 한 장 차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내가 왜 이런 말을 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사실 내가 바보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의 마음속에는 바보라는 딱지놀이를 즐기고 있다. 無智의 바보, 생각의 바보 그리고 행동의 바보에 나를 맡겨둘까 보다.

*한국한센복지협회<복지 7.8월호>

김 수미: 김형출 시인님~홈에 이렇게 글 올려 주셨군요. 고맙네요. 세상을 약게사는것 보다 바보처럼 묵묵히 사는것도 세상 사는 방법일듯해요. 조금 손해 나면 어떻습니까... 그렇다고 세상 바뀌는것 아닌데, 사람이 한세상 살다가 하나님이 부르시면 가야 하는게 사람인것을요... 사는 동안 그저 서로 아끼고, 다독이며 사는게 참 다운게 아닌가 생각해보네요. 멋지고 귀한 글... 바보소리가 아니고, 현명한 소리 로 들리는군요. *^^* -[08/29-13:31]-

金炯出: 김수미 시인님 오전에 사알 짝 들러서 졸필 올렸습니다. 아름답고 넉넉한 주옥같은 시, 글 찬찬히 감상하겠습니다. 시와 음악이 어울어져 인생의 아름다운 꽃이 피는 님의 아늑한 밤이 부럽습니다. 제 누추한 방을 방문하여 주셨군요. 고맙습니다. 영상시와 시낭독 느낌이 새롭습니다. 앞으로 시낭송 가끔 해주십시오. 시인님께 옵션 드립니다. 즐거운 시간 되시고 감사합니다. -[08/29-1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