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



다윗 왕은 평소에 거미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무 데나 거미줄을 치는 더러운 동물이며,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벌레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전쟁도중 적군에게 

포위되어서 빠져나갈 구멍이 없게 되자, 

궁여지책으로 하는 수 없이 어떤 

동굴에 숨었다. 

그런데 동굴의 입구에는 마침 거미 한 마리가 

거미줄을 치고 있었다.

이윽고 그를 추격해온 적의 병사는 일단 

동굴 앞까지 이르렀지만, 입구에 거미줄이 쳐 

있는 것을 보고 인적이 없는 것으로 

여겨 그냥 돌아갔다.

               ＊

또 언젠가 다윗 왕은 적장의 침실에 

숨어 들어가 그의 칼을 훔쳐낸 다음, 

이튿날 아침에 "나는 당신의 칼을 가져왔을 

정도이나, 마음만 먹었다면 당신을 죽이는 

일쯤은 식은 죽 먹기였을 것이오"하고 

큰소리치며 뽐내려고 했다. 

그러나 그럴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마침내 어느 날 밤 그는 간신히 

적장의 침실에 숨어들기는 했으나, 

칼이 장군의 다리 밑에 있었기 때문에 

도저히 빼날 수가 없었다. 

여러번의 시도가 모두 실패로 돌아가자, 

그는 그만 단념하고 돌아가려고 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모기 한 마리가 날아와서 장군의 다리 

위에 앉았다. 

장군은 무의식중에 다리를 움직였다. 

순간 다윗 왕은 재빨리 칼을 

빼내는 데 성공했다.

              ＊

무엇이든 간에 세상에 필요 없는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그러므로 아무리 하잘 것 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된다.



출처 : 김홍기 《용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