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김용호 (dlhhok@yahoo.co.kr)
홈페이지: http://www.gudosesang.com
2005/1/7(금) 17:08 (MSIE6.0,Windows98) 211.33.240.153 1024x768
뿌리가 나무에게  
 

    뿌리가 나무에게

    네가 여린 싹으로 터서 땅 속 어둠을 뚫고
    태양을 향해 마침내 위로 오를 때
    나는 오직 아래로  아래로 눈 먼 손 뻗어
    어둠 헤치면 내려만 갔다.

    네가 줄기로 솟아 봄날 푸른 잎을 낼 때
    나는 여전히 아래로 더욱 아래로 막힌
    어둠을 더듬었다.

    네가 드디어 꽃을 피우고
    춤추는 나비 벌과 삶을 희롱할 때에도
    나는 거대한 바위에 맞서 몸살을 하며
    보이지도 않는 눈으로
    바늘 끝 같은 틈을 찾아야 했다.

    어느날
    네가 사나운 비 바람 맞으며
    가지가 찢어지고 뒤틀려 신음 할 때
    나는 너를 위하여
    오직 안타까운 마음일 뿐이었으나,

    나는 믿었다
    내가 이 어둠을 온몸으로 부둥켜 안고 있는 한
    너는 쓰러지지 않으리라고

    모든 시련 사라지고 가을이 되어
    네가 탐스런 열매를 가지마다 맺을 때
    나는 더 많은 물을 얻기 위하여
    다시 아래로 내려가야만 했다.

    잎 지고 열매 떨구고
    네가 겨울의 휴식에 잠길 때에도
    나는 흙에 묻혀 가쁘게 숨을 쉬었다.

    봄이 오면 너는 다시 영광을 누리려니와
    나는 잊어도 좋다.
    어둠처럼 까맣게 잊어도 좋다.

    작가 : 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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