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정신의 폭풍이



정신의 폭풍이 불어온다.

내부의 소요가 팽창하여 밖으로 터지는가.

전날의 질서는 뒤집히고 익숙해 있던 안정은

초석부터 흔들린다.

계절에 어울리잖는 추위과 멀리 앓이.

'이건 절대적인 위기'라고 검푸른 늪가에 

구부리고 앉아 음습한 독백을 쏟아 놓는다.

마른하늘에 비바람 덮이고 천둥 번개

울리는 이 기이한 날씨라니.

왜 이렇게 되나. 

존재의 보건, 그리도 어설펐단 말인가.

속살까지 벌겋게 헤쳐 놓는 불과 쇠꼬챙이들.

이 잔혹함은 가해인가, 또는 자해인가.

나의 진실은 이럴 때 건강 건재 한가.

진실의 등뼈 굽이지지 않았으며 또 다시

짐을 지고 걸을 수 있는가.

살아 있기에 아프고 위태로운 생명의 부담,

기꺼이 그 대가를 지불하며 치열한 생명

신앙을 준령에 매단 로프처럼 두 손으로

꽉 잡고 있을 것인가.

어떤 힘이 손을 강타해도 한사코

놓지 않을 것인가.



내게 있어 칠월은 유월의 텃밭에서 캐내는

늙고 질긴 씀바귀의 맛이다.

지나간 비탄의 밑뿌리가 흙을 묻힌 채 말라

시들었음을 눈앞에 본다.

그랬는데 오늘은 이상한 열풍 불어닥치고

타력과 자력의 역동이 뭉쳐 터지는 지금이

사건의 한낮이란 말인가.

그러나 친구여.

하늘은 버릴 것은 애당초 만들이 않으신다

했으니 여기에도 쓰임 있는 뜻이

섭리했을 것이라고 믿으며 살아가는 자의

굳건함을 한땀한땀 학습하련다.

하늘은 높고 장려하게 솟아 있고 초록과

수분은 도처에 염료를 발라 질벅이게 한다.

삶의 고통과 시련이 있으되,

여망을 벗어 逢別(봉별)이 도 있으되,

우리 아직 삶의 품안에 머무름을

보배롭다 하리라.



내게 부는 정신의 폭풍 옆에 부디 

그대 함께 머물러 다오. 

나 그대를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출처 : 김남조 《끝나는 고통 끝없는 사랑》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