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읽는 믿음 

 

 로마의 한 황제는 이스라엘에서 

가장 위대한 랍비와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그 까닭은 두 사람의 생일이 같았기 

때문이었다.

두 나라의 관계가 그다지 원만하지 않을 때도, 

두 사람은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황제가 랍비와 친구라는 사실은 

두 나라의 관계로 보아 별로 좋은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황제가 랍비에게 무엇인가를 

물어보고 싶을 때에는, 사람을 보내 간접적으로 

그의 의견을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황제가 사람을 시켜 랍비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나에게는 이루고 싶은 일이 두 가지가 있소.

첫 번째는 내가 죽으면 아들을 왕위에 

오르게 하고 싶고, 두 번째는 이스라엘에 있는 

티베리아라는 도시를 자유관세 도시로 

만들고 싶소.

나는 이 두가지 중에서 한가지밖에 이룰 

자신이 없소. 이 두 가지 일을 모두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좋겠소?



당시 두 나라의 관계는 몹시 험악한 

상태였기 때문에, 이와 같은 황제의 질문에 

랍비가 대답해주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국민들에게 커다란 악영향을 끼칠 것이 

명백했다.

그래서 랍비는 황제의 질문에 대한 답장을 

보낼 수가 없었다. 

랍비를 만나고 돌아온 사람에게 황제가 물었다.

 "그래, 편지를 읽어보고 그가 뭐라고 하더냐?"

 그 사람은 대답했다.

 "랍비는 편지를 읽어본 다음, 자기의 아들을 

어깨 위에 올려놓고, 비둘기를 아들에게 주어 

하늘로 날려보내게 했습니다. 

그 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황제는 랍비가 말하려는 뜻을 짐작할 수 있었다.

 '우선 왕위를 아들에게 물려주고, 그로 하여금 

관세를 자유화하게 하면 된다.'

얼마 후에 또 황제로부터 질문이 

적힌 편지가 왔다.



 나의 신하들이 내 마음을 괴롭히고 있소.

 나는 어떻게 하면 좋겠소?



랍비는 역시 똑같은 무언극으로, 뜰 앞에 있는 

채소밭으로 나가 야채 한 포기를 뽑아 가지고 

돌아왔다. 

잠시 후에 다시 밭에 나가 또 야채 한 

포기를 뽑았다. 

그리고 잠시 후에 또 한 포기를 뽑는 것이었다.

로마의 황제는 이번에도 랍비의 행동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당신의 적들을 한꺼번에 멸하려 하지 마시오. 

몇 번에 나눠서 한 사람 한 사람 제거하시오.'

 이처럼 인간의 의사소통은 서로에게 믿음이 

있다면 말이나 문장에 의하지 않고도 충분히 

전달될 수 있는 것이다.



출처 : 김홍기 《용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