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자세히 보아라



"선생님, 뵙고 싶습니다."

"보아라."

"어디 계십니까?"

"네 앞에 있지 않느냐? 눈을 떠서 잘 보아라. 

무엇이 보이느냐?"

"길바닥에 떨어진 낙엽이 보입니다."

"낙엽으로 덮인 길바닥은 보이지 않느냐?"

"보입니다."

"또 무엇이 보이느냐?"

"돌멩이가 보입니다."

"더 자세히 보아라."

"돌멩이에 묻은 새똥이 보입니다."

"새는 보이지 않느냐?"

"안 보입니다."

"잘 보아라. 새똥이 있으니 새도 

어디 있을 것이다."

"새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새의 존재는 느껴집니다."

"더 자세히 보아라."

"아, 선생님. 허공이 보입니다. 

새로 하여금 날 수 있게 하고, 

새똥으로 하여금 떨어질 수 있게 하고, 

돌멩이를 여기 있게 한 대지를 

떠받들고 있는 허공이 보입니다. 

나무와 나무를 있게 한 흙과 공기와 물과 

세월까지도… 있는 것과, 있는 것을 

있게 한 것과, 있는 것이 있게 할 것들이 

모두 함께 있습니다. 

제가 짚은 지팡이도 보이고, 

지팡이를 짚은 저도 보이고, 

저를 낳아주신 부모도 보이고, 

제가 낳은 아이들도, 

그 모두가 지금 여기에 있습니다."

"네가 이제 나를 조금 보았다. 

작은 가지 하나가 나무를 보고 

숲을 본 셈이다. 

그러나 아직 몸으로는 보지 못했다. 

발길을 멈추지 말아라."



출처 : 샨티, 《지금도 쓸쓸하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