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사랑  



사막 한 가운데 예쁜 꽃 한 송이가 소담스럽게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파르스름한 조그만 잎사귀 두개를

옆에 끼고 있는 작은 풀꽃



그 꽃은 스스로의 힘을 다해 이제 막 

꽃을 피워내 생명체가 살아가기 힘든 

사막을 빛내고 있었습니다.



모든 사막을 관장하고 있는 주인인 태양은

아무것도 없던 삭막한 땅인 그곳에서

옅은 향기를 뿜어내고 자라고 있는 풀꽃이

대견하고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태양은 작은 풀꽃에게 말했습니다.



"너 정말 대단하구나.

너로 인해 이 사막이 생기로 가득 찼단다."



풀꽃은 자신도 태양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을 

기뻐하며 말했습니다.



"나는 단지 내가 할 일을 한 것 뿐이야.

모든 정성을 다해 꽃을 피워 내는 것이 

내 존재 이유거든."



자주 만나며 대화하는 속에서     

태양은 점차 풀꽃을 좋아하게 되었고 

그 감정은 사랑으로 이어졌습니다.



"너를 사랑해. 이세상에서 제일 귀중한 

존재인 너를 위해 난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애."



태양이 말하자 풀꽃이 대답했습니다.



"나는 단지 풀꽃일 뿐이야.

난 그렇게 네가 말하는 것처럼 대단한 

존재는 아냐.

그냥 나를 있는 그대로 봐 줘."



하지만 태양은 자신의 솟구치는 사랑의 

욕망을 억제할  수  없었습니다.



"내가 매일 이 자리에 나타나는 것도 

너를 보기 위해서일 뿐이야.

널 너무 사랑한단 말야."



풀꽃은 점점 태양의 그런 사랑에 

부담을 느껴 갔습니다.



"그렇게 날 너무 맹목적으로 

사랑하지는 말아줘."



태양은 그럴수록 풀꽃에 집착했고

더욱 더 뜨거운 사랑의 열기를 

퍼부었습니다.



자신의 가진 힘을 다해 풀꽃에게 열기를 

내려쪼인 태양의 사랑,  그런 태양의 사랑은 

풀꽃을 힘들게 했습니다.



꽃은 마침내 태양을 향하여 

애원까지하이르렀습니다.                                                          



"날 사랑한다면 조금씩, 조금씩 사랑해줘.

지금 너의 사랑은 나를 아름답게 

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힘들게 하는 거야."



그래도 풀꽃을 향한 태양의 사랑은 

결코 조정되지 않았습니다.



풀꽃의 음성은 점차 힘을 잃어 가면서

태양을 향해 되풀이해서 말했습니다,



"날 사랑한다면 조금씩만....."



"진정으로 날 사랑한다면....."



완전히 기력조차 잃어가는 풀꽃의 음성이

사그라 들고 있었습니다.



"날 사랑....."



" 날...."



풀꽃은 태양의 주체하지 못한 

지나친 사랑 앞에서 그렇게 시들어 갔고

마침내 말라죽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많은 물을 준다고 해서 꽃이 활짝 

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 꽃을 사랑한다는 명목 아래

꽃이 필요로 하는 이상의 물을 줄 경우에

꽃의 뿌리는 썩어 들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사랑 또한 이와 다를바 없습니다.

지나친 관심과 간섭은 오히려 

사랑을 시들게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당신이 지금 상대방에게 주고 있는 것을 

사랑이라 감히 단언하지는 마십시오.



어쩜 그것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위장된 지나친 관심과 맹목적인 간섭일지도 

모르는 탓에……



출처 : 박성철 

《그저 바라볼 수만 있어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