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詩-정영숙/낭송-김수미


섣달 스무하루
아파트 사이로 
코끝 매서운 바람이

웃음 동그란 아이들을 몰아서 
운동장으로 갔다.

수은주 거꾸로 내려가도 
이마엔 땀방울 송골송골 맺히고
팽팽하게 긴장한 축구공을 헛발질할 때 
북풍은 손뼉치며 웃음을 날린다.

귓불까지 붉어진 아이들
가슴에 바람개비 달고 
바람맞는 숨소리가 거칠다

운동장을 밀어 올리는 
숨 막히는 발짓에
축구공은 사색이 되고

힘차게 걷어 올린 발끝의 촉감에
아이는 두 손 번쩍 들어 환호성을 지른다.

긴장이 찢어져 
바람 빠진 공

노을 지는 풀 섶으로 자취를 감추고 
풀 섶 뒤집는 허탈해진 마음을 
운동화끈으로 졸라맨다. 

어스름한 운동장은 그들을 삼키고
애꿎은 돌멩이 걷어차며 
돌아가는 아이들 등 뒤로
찌그러진 축구공이 졸랑졸랑 따라간다.

눈치 채지 못한 아이야 
오늘이 섣달 스무하루란다.
하늘 한번 올려다보렴.

네가 밀어올린 운동장은 
찌그러진 공일 망정 
꼭 안고 있지 않니

부풀어 터질 것 같은 
보름이 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