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잎

詩-淸幽 김수미/낭송-김수미


담장 밑에 작은 몸의 담쟁이넝쿨이
어느결에 창문 위까지 올라왔습니다.

바람 불던 어느 날 
잠 못 이루며 창가에 어둠이 머물던 날.

바람에 흔들리는 담쟁이 잎을 보았습니다.

습한 바람이 불더니,
어느덧 거센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빗방울은 그런 담쟁이 잎을 흔들어대며 아프게 했습니다.

담쟁이는 빗물 되어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지도 못한 체
비바람에 마냥 흔들려야 했습니다.

모진 바람이 불다 지쳐 가버리고
담쟁이는 푸른빛을 잃고 퇴색한 빛만을 남긴 체
말라가고 있었습니다.

스르르 잠이 들어가는 담쟁이는 작은 꿈 하나를 꿉니다.

햇살 찬란히 비추던 이른 아침에
뾰족하게 머리를 내민 여린 작은 잎으로 다시 피어나 

무지개 뜨고 아름다운 날엔 담쟁이는
더 높이 햇살을 향해 올라가는 꿈을.

모진 고난이 와도 견뎌낼 것입니다.
이젠 더 이상 아프지 않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