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詩-최옥희/낭송-김수미



까만 어둠 사이로 
삶의 걸음이 스며들어 
숲을 깨운다.

별이 가려진 
밤하늘 언저리 
뿌옇게 달무리 돌고
나뭇가지 사이를 오가며 
성긴 실타래를 엮어가던 
손길이 더욱 바빠만 간다.

끓는 피속에서 
고통의 진액을 뽑아내

세상을 향해 
토해놓는데,

뒷뜽으로 
쏱아놓은 토악물들은 

흩어지면 
오만해지기라도 하는지
 
서로들 부둥켜 안고는 
팔각면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간다.

밤의 생기가 고개를 든다.

검은 달빛이 
나뭇잎 사이 얼굴을 디밀고

팽팽하게 
돌려 앉은 투명한 굴레위로 
금빛 긴장감이 튕겨오른다.

기다림의 시간.

내가 살기 위해선 
남의 인생을 죽일수도 있는것.

그러나 
살아있는 세상을 뒤엎는 것이 
그리 즐거움은 아닐터.

고통의 일부가 되어 
불어터진 심장을 먹어야 하는
악마의 그것처럼 

어쩌면 
돌아오지 못할 운명의 짐일수도.


남겨진 잔해위로 
욕심의 포만감이 손을 잡는다.

먹어도 
가져도 끝이 없는,
밑빠진 독에 들어차야 하는 물처럼

실타래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잔인한 삶의 잔해.

생명이 숨쉬는 
혈관의 뒷곁에서 
울부짖는 버려진 자의 처참함.

죽음을 유혹하는 
금빛 찬란함 뒤로

천망(天網)이 
또 다른 삶의 사슬에 묶여 
고리를 채운다.

빛을 가장한 
死者의 숨은 그림자가 

어둠속에서 
상냥한 군침을 흘리며 
새벽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