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씨하나 가슴에 묻고

詩-단아 유현주/낭송-김수미



        꽃씨하나 가슴에 묻고
        물주고 바람 주며 고이 키웠지만
        양지에 내어 놓진 못했습니다

        누군가가 나의 꽃을 본다면
        잘못 된 자리에 심어진 걸 알까봐
        누군가가 나의 꽃을 본다면
        너무 예뻐 꺾어가 버릴까봐

        밝은 곳에 두고 자랑하고 싶었지만
        내 눈에만 보이고 싶어합니다
        내 가슴에서만 꽃이고 싶어합니다

        햇볕에 내어 놓지 못하는 것이
        때로는 미안합니다
        이제는 너무 약해져서 
        해를 견디지도 못할 겁니다

        응달진 곳에서 무던히도 시를 뽑아내며
        내 가슴을 향기로 채우는 나의 꽃이
        쓰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이제 내가 해가 되어야 합니다

        너무 투명해 실핏줄이 보이는 그녀에게
        나만이 해가 되어 줄 수 있고
        나의 빛만을 양분으로 흡수할 것을
        나는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