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 해안도로를 달리며





                 詩-한 승수










싱그러운 봄바람에 차창을 열고


하얀 바람개비 돌아가는 풍경을 지나


성산으로 가는 해안도로를  달립니다.








햇빛에 빛나는 연한 나뭇잎들은 


초록빛 유화물감을 덧칠해 가고


하얀 찔레꽃 별처럼 뿌려진 길가에서


오월의 짙은 향기가 풍겨옵니다.





설탕처럼 하얀 바닷가 모래밭.


물 속 부서진 조개모래에 햇빛 비치면  




신비한 스펙트럼이 반사해 내는 옥색 바닷물빛.

저렇게 고운 물빛이 어디 또 있을까. 



몇 번이고 차를 세우고 바라보며 환호합니다.









가까이서 물질하는 

해녀들의 휘파람소리 들리고 

조개를 캐는 여인들 햇볕에 타고 있습니다.  



나의 삶이 저들처럼 고달플지라도

오늘 이 아름다움과 함께 있어서 

나는 참 행복합니다.




콧노래 부르며 달리다 보면 


어느새 한가하게 엎드려있는 

소 모양의 섬 옆에 


로마의 콜로세움처럼 우뚝 솟은 일출봉이


나를 개선장군처럼 맞아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