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詩-정영숙/낭송-김수미 추적추적 비 오는 날 커피 잔 마주 잡을 손이 필요하다며 일벌 뚜뚜 신호음을 보내왔다. 전조등 출렁이는 거리를 지나고 도착한 일벌의 거처에서 숨죽이고 걸어 나오는 아물지 못한 애정은 비를 맞고 있었다. 커피 잔의 온기에 왕관을 벗어버린 여왕벌의 손등에 촉수를 꽂은 일벌은 언제까지나 충직한 기사가 되겠다고 맹세를 했다. 여왕벌은 알고 있었다. 일벌의 맹세는 봄이 되면 활기찬 날갯짓으로 날아갈 것이라는 것을 비 오는 날이면 여왕벌은 그리움을 주워 먹고 일벌을 주워 먹었다. 먹어도, 먹어도 허기지고 멀미하는 그리움 품고 날아 올라 일벌의 가는 길에 등이 되어주었다. 폭풍이 불고 홍수가 나서 남루해진 일벌은 여왕벌 잊은 지 오래지만 캄캄한 밤 혼자 마시는 일벌의 커피 잔 속에는 여왕벌의 기다림, 잊지 않고 반짝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