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속을 걸어가다



               
                               詩 진상록






엇박자 하나 없이 

꺾이어 도는 소동으로

낡은 정적 채 써는 초바늘 

최면술사의 비술 같은 원 그리며 

얕은 잠 취한 육신

시간 속으로 

풀-썩 주저앉힌다 






처마 밑 살짝 내몰렸다

낙숫물 토-옥 끝내 떨어지려는 

오후가 저물 때 

그저 잊고자 눈감으면 

아른대는 아지랑이처럼 되살아나는 

이완된 추억 한 묶음이

의식 저편 너머서 돌아온다 





한 때의 

무딘 젊은 날이야 

언젠가 쉬이 버려야 할 

액자 속 사진인 듯 

빈 가슴 채우는 화석으로 굳는다 






마냥 풀어도 

갈증만 솟는 生

이냥 참고 

다시 견디어 보면 

벌써 가슴 한 언저리에는

흘리지 못한 눈물 굳어

고르고 곧은 종유석이 되고 

가슴 타버린 재 쌓여

휘고 휜 석순으로 돋는다 






회환 꿰인 고독

한 데 뭉쳐 

주석으로 서로 껴안으니 

초바늘 하나

거꾸로, 거꾸로 휘돌아가고 

목젖 젖혀 둘러보아도 

오갈 데 없는 외진 방향이라

징검다리 같은 시간 딛고 

성-큼 걸어간다 




최면 걸린 심사

엄히 내려다보는 초바늘이

눈 꼬옥 감은 

나를

사정없이

내몰아 밀어 부친다



억지 소란 

한 순간 멈춘 

저 너머 시간 가운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