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만나면 詩-유현주/낭송-김수미 당신을 만나면 나를 벗고 싶습니다. 무게와 나이와 현실을 벗고 아무것도 모르는 백치처럼 흰 비단 같은 열여덟 소녀가 되어 당신이 그림을 그리게 하고 그림이 지워지기 전에 다시 온다는 말을 낙인처럼 새기고 싶어집니다. 당신을 만나면 내가 누구인지 잊고 싶습니다. 이름이 없어도 좋은 그 누구도 아닌 당신만을 아는 당신만의 사람으로 귀속 되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당신을 보낼 시간이 되면 만나기 전에 무수히도 다짐한 담담함을 지키기가 어려운가 봅니다. 사랑하는 당신 두고 가는 그 마음 무거웠지만 웃으며 당신을 보낸 내 마음엔 더 무거운 눈물이 숨어 흐르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