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 김수미 (daldp1004@hanmail.net)
2005/4/11(월) 20:13 (MSIE6.0,WindowsNT5.1,SV1) 61.253.165.153 1280x1024 | |
 개사초 하는날 (수필) 글/ 淸幽 김수미 삐리릭~삐리릭~ 자명종이 울어댄다. 밤새 음식 만드느라 어설픈 선잠에 온몸이 져리다. 서둘러 가족을 깨우며 시골 성묘 길을 재촉하였다. 새벽길이라 거리의 차는 그나마 한산하고 마음은 벌써 시골 선산에 도착하는 것 같다. 아이들은 차 뒷자리에서 휴대용 이불을 덮고 잠이 들어있고 간밤 업무로 지쳐있는 남편도 곤히 잠을 잔다. 혼자 거리의 불빛과 나란히 운전을 하며 점점 늘어나는 차들을 바라보았다. '저들도 한식이라 성묘를 가는 것이지...' 어릴 적 한식 때면 산소에 가서 새 잔디를 입히는 개사초를 본적이 있다. 개사초란, 산소에 사초들을 제거하고 새로이 잔디를 입혀 손질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에도 40~50평의 잔디를 입힌다고 하셨다. 개사초하는 날은 일꾼 아저씨들께 후한 대접을 하며 말끔히 단장된 산소 앞에서 조상님들께 제를 올렸다. 오늘 내려가는 이 길은 시아버님 산소에 개사초를 하고 주변 환경을 정리하려 가는길이다. 아버님 산소 근처엔 오래된 소나무들로 가득하다. 먼 신작로길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 있어 돌아가신 후에도 자손들을 내려다보시며 살펴달라는 우리네 마음도 들어있는 것이다. 3시간너머 걸린 고향에 도착하니 정겨운 분들이 두 손내밀며 품에 안아주신다. 아이들도 코끝에 은은하고 깊은 사랑의 향기를 맡았으리라... 식사를 마치고 서둘러 선산에 오르니 햇살 가득히 안고 있는 아버님산소가 보인다. 가져온 낫과 삽, 그리고 전기톱으로 주변의 고사목들을 제거하고 오르기 힘든 불편한 길을 불도저로 밀어 판판히 다지고 다져진 선산 길에도 새 잔디를 입혔다. 벗겨낸 묵은 잔디를 털어내고 새 잔디를 켜켜로 입히며 꼭꼭 눌러 다지고 산소주변을 정리했다. 일하시는 어르신께 대접할 음식을 선산 한구석에서 여자들은 준비하여 시원한 술 한잔과 함께 대접하였다. 일하시는 어르신은 깨끗한 수건으로 구슬땀을 닦아내시며 얼굴 가득 환한 웃음으로 덕담을 해주셨다. 조상을 잘 모시는 집안은 자손도 복을 받을 거라시며 등을 다독여주신다. 일을 다 마치고 예쁘게 단장된 산소 앞에서 제를 드렸다. 제를 드리는 동안 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기도해본다. "아버님 자주 오지 못함을 용서하세요. 하지만, 늘 마음은 다녀간답니다. 멀리 보이는 신작로 길에 저희의 모습이 보이면 어여삐 보아주시고 반갑게 맞아주세요. 아버님을 찾아올 때 저희 마음에 근심을 가지고 오더라도 그 마음 다스려 풀고 갈 수 있도록 아버님 늘 살펴주세요." 뉘엿뉘엿 넘어 가는 해가 내 마음을 알았는지 홍조 띤 얼굴로 나를 비추고 내 아이들과 내 가족의 바쁜 하루도 어느덧 행복으로 곱게 물들고 있었다. 2005. 04. 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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