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 김수미 (dkaldp1004@hanmail.net)
2005/12/2(금) 19:08 (MSIE6.0,WindowsNT5.1,.NETCLR1.1.4322) 211.110.67.56 1280x1024 | |
 수능 보던 날(수필) 글/김수미 새벽부터 마음이 서둘러진다. 어제 밤새 아이가 먹을 점심메뉴 준비하고 아이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고 내심 애를 써본다. 그간에 아이가 늘 초조함과 불안함으로 잠을 편히 자는 걸 나는 못 보았다. 학교를 새벽같이 등교해서 공부하고 늦은 시간까지 보충, 야자(야간자습)를하고 집에서 식사하기 바쁘게 학원으로, 독서실로 가서 새벽 2시 조금 넘어야 집으로 귀가하는 것이다. 그리고는 씻고 잠자리에 바로 들지 못하고 다시 책을 펴서 복습을 한 후에야 새벽 4시경에 잠자리에 든다. 아이는 하루 2시간 겨우 자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감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늘 콜록 인다. 지켜보는 엄마 된 마음에 늘 불쌍하고 측은하고 안쓰럽다. 남편은 직장생활에서 경쟁적인 모습들을 보며 지내다 보니 아이에게 이번 1년이 평생을 좌우한다고 하며 아이에게 고생이 되더라도 견디라며 강한 태도를 내세운다. 내심 나는 속이 상하고 아이가 저렇게 힘들어 하는데 아버지로서 꼭 강하게 해야 하는 것일까 싶은 의문도 생기곤 했다. 이렇게 저렇게 어려운 시간들이 다 지나고 이제는 그간 공부한 결과를 나타내야 할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보온 도시락에 맑은 조개 냉이 된장국을 담고 찰밥을 윤기나게 지어서 도시락에 넣어주고 반찬은 기름지지 않은 것으로 시금치나물과 달걀찜과 더불어 몇 가지 반찬을 조금씩 넣어주고 보온병에는 보리차를 따끈하게 담고, 작은 사각통엔 딸기와 사과를 담아서 넣어주었다. 시험 보는 고시장까지 차로 데려다 주는데 학교 앞 건널목앞에서 아이는 내게 "엄마, 저 잘 보고 올게요." 하며 손을 흔들며 고시장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아이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괜스레 코끝이 시큰거렸다. '그래, 열심히 했으니까, 시험 잘보아라, 당황하지도 말고 아는 것 잊지 말고 최선을 다해라.' 아이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마음속으로 속삭였다. 아이를 데려다 주고는 집으로 돌아와서 조용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책상에 앉았다. 그러나,초침 째각 임에도 마음이 불안하고 그저 실수만 하지 말고 아는 것은 놓치지 말고 최선을 다하길 기도하고 또 기도해본다. 아마, 모든 부모의 마음이 나와 같을 것이다. 애타게 맘으로 안절부절 못하고 붙잡을 수 있는 모든 것에 매달리는 심정일 것이다. 물 한 컵으로 식사를 대신하고는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리고 기다렸다. 시간이 흘러서 4시에 가까워졌다. 나는 서둘러서 고사장에 차를 몰고 갔다. 1시간이라도 먼저 가야 그나마 차를 주차할 공간을 찾을 수 있을 거 같아서였다. 학교 앞에 다다르니 벌써 차들이 주차를 서두르고 있었다. 알맞은 자리에 나도 주차를 하고 아이를 기다렸다. 5시가 넘어서야 종료종이 올리며 수험생들이 나오고 있었다. 모든 학부모들은 두 줄로 서서 나오는 수험생들에게 수고했다며 손뼉을치며 아이들을 격려했다. 나도 줄을 서서 손뼉을 치며 아이를 기다렸다. 한명 두명 나오는가 싶더니 많은 아이가 나왔다. 나는 그래도 부모라고 우리 아이가 눈에 금방 띄었다. "훈아~" 내가 부르는 소리에 아이는 내게로 오더니 눈물이 글썽이며 나를 꼭 안고는 "엄마...,미안해요. 나, 엄마를 어떻게 보나, 아빠를 어떻게 보나, 나오면서 걱정했어요. 시험을 못 본거 같아요. 엄마 미안해요...,미안해요..."를 되뇐다. 아이의 울먹이는 목소리와 눈물을 보면서 '얼마나 아이가 속상하고 걱정이 되었으면, 이렇게 나오자마자 우는가' 싶어서 너무나 측은하고 불쌍했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듯 "훈아! 괜찮아. 엄마는 우리 훈이가 다들 어려웠는데 시험 잘 봤다고 하고 나오면 어쩌나 오히려 걱정했어. 잘 본 아이들도 있겠지만, 포기하고 잘 봤다고 하는 아이들도 있을 거라고, 그래서 더욱 걱정했는데 괜찮아. 그리고 최선을 다했으면 된 거야.걱정하지마라" 했더니 아이는 엄마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고맙다고 하며 조금은 미소를 띈다. 아이와 집으로 오는 길에 남편의 전화가 오자 아이는 겁을 내며 안 받으려 했다. 남편은 아이와 노원역으로 나오라며 저녁을 먹자는 것이다. 아이는 미안해서 못 간다며 그냥 혼자 있겠다고 했다. 집으로 들어와서 아이의 점심 싸줬던 도시락을 열어보니 몇 수저 먹지 못하고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나는 모르게 왈칵 눈물이 나왔다. '어린것이 얼마나 마음에 상심이 되면 이렇게 먹지도 못하고 내내 속을 끓였을까?'싶어서 더욱 속상했다. 아이가 볼까 봐 얼른 눈물을 닦고 설거지를 하는데 다시 남편의 전화가 왔다. 겨우 아이를 다독거려 노원역으로 가서 남편과 아이들과 식사를 하는데 남편이 수고했다며 아이에게 술 한잔을 권하자 아이는 두 손으로 받더니 이내 울어버린다. 눈이 충혈되도록 우는 아이를 남편이 다독이더니 "그래서 아빠가 이번 1년이 평생을 좌우 한다고 했잖니. 이젠 시험은 치러졌고 나온 결과에 만족하자."하며 아이와 술 한잔을 하며 식사를 했다. 시험이 끝나고 그 다음 날부터 여기저기서 아이의 안부를 묻는 전화가 계속 울려대고 그럴 때마다 아이는 내게 죄송하다며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오히려 시험 보고 아이가 우울증이 생기는 거 같아서 마음이 더욱 안쓰럽고 속상하다. 그나마 학교를 다녀온 아이는 다른 아이들도 다 어려웠다고 했다며 조금은 안심을 하는듯하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입시제도에 못마땅한 마음이 든다. 우리나라도 다른 나라들처럼 모든 아이들이 다들 대학에 들어가게 하고, 공부해서 잘한 아이들은 졸업을 하고 못한 아이들은 성적이 될 때 졸업을 시키는 제도가 필요할 것 같다. 그러면 학원에 고액을 들여가며 생계까지 불안한 일은 생기지도 않을 것이고, 아이들은 비싼 학비 내며 공부하니 열심히 공부해서 졸업을 하려고 학업에 충실할 것이 아니겠는가? 매년 아이들이 마음고생을 하는 입시제도에 더욱 쓰린 마음이 바로 아이를 둔 부모일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고, 거기서 행복과 만족을 찾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훈아! 힘내라. 엄마는 훈이가 무엇을 하든 다 인정할 거란다. 다만, 스스로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보람 된 일이라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거야!' 오늘도 아이를 다독이며 하루해가 짧은 이유를 생각해보는 날이었다. 2005. 11. 27.  이기윤: 이 글을 읽으며 쓰려오는 가슴에 지난날 저의 체험과 조국의 현실을 되놓이며 댓글을 씁니다. 이글은 내 조국의 중요한 핵심으로 영원히 보존될 가치를 담고 있네요. 저는 미주한국문인협회 회원입니다. 아들 하나에 딸 셋을 고국에서 길렀고, 서울에서 여중고 국어선생을 23년에 한의사 전향, 이민온지 16년, 지금은 의료선교로 여생을 살며 시를 씁니다. 김수미님의 낭송시의 아름다운 목소리에 녹아 있는 시심에 자주 빠져들곤합니다. 댓글을 잘 안쓰지만 오늘 읽은 글에서는 느끼고 생각한 바가 깊어 댓글을 남깁니다. 하나님의 은총 안에서 가정의 평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LA에서 종파 이기윤 -[12/13-02:19]- 김수미: 고마우신 댓글 감사합니다.^^*아이들의 배우는 교육환경에 너무도 속이 상하답니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너무나 고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세상에서는 말들은 다 하죠. 다 너희들 위한거다..라고...하지만, 아이들이 안쓰럽고 측은합니다. 여러가지 맘이 아프면서도 잘 견뎌주는 아이에게 늘 고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기윤님의 정겨운 말씀에 답답한 마음이 조금은 나아집니다. 힘이나네요.^^* 이기윤님의 가정에도 하나님의 사랑이 은총이 가득하시길 기도드릴께요. 고맙습니다.^^* -[12/13-12: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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