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 김수미 2008/7/18(금) | |
 취나물과 국화차(수필) 淸幽 김수미 부스럭 부스럭.. 베란다 창고를 청소하다가 밀폐용기에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밀폐용기 큰 통 안에 작은 통들...,하나씩 열어보니 친정엄마가 시골에서 보내주신 묵은 나물과 국화차였다. 순간 가슴에서 울컥거리며 눈물이 쏟아진다. 언제였던가..., 시골에 내려가면 엄마는 항상 산에서 채취한 나물을 다듬고 야생화의 잎을 말리셨다. 특히 친정엄마가 좋아하셨던 야생화는 국화였다. 산 허리를 돌아 곳곳에 핀 야생화와 들국화를 가장 빛깔 고운 것으로, 소담스럽고 향기 진한 것으로 골라서 따오셨다. 서울에 있는 자식 생각에 허리 아픈 줄도 모르고 하루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 되어서야 산에서 내려오셨다. 예전에 전통 차를 만드시는 어느 분은 살짝 쪄서 가마솥에 비벼가며 수분을 증발시키고 바람 부는 곳에서 말리셨다는데, 친정엄마는 당신만의 방법으로 온 종일 모아온 국화꽃의 꽃잎을 하나씩 따서 툭툭 털어내어 깨끗한 물에 잘 씻어서 물기를 빼고는 햇빛 좋은 양지 녘에 놓고는 꾸들꾸들 말려내셨다. 투박하고 전문성 없는 방법이지만 난 내 어머니의 방법을 사랑한다. 또한, 산에서 채취한 나물 중에서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취나물... 친정엄마도 유독히 좋아하셨다. 시간내서 친정에 가는날이면 어머니는 취나물로 진수성찬 을 만들어 내셨다. 바글바글 끓고있는 된장찌게와 아삭아삭거리는 오이지, 그리고 취나물..., 잎사귀 넓은 취나물에 고기를 구워 싸먹거나, 살짝 쪄내어 된장에 싸먹는 쌈밥도 일품이다. 간혹, 취나물에 간장과 젓갈을 넣어서 만든 양념장을 한 켜 한 켜씩 재워두었다가 밑반찬으로 먹어도 좋고, 살짝 삶아내어 말려두었다가 겨우내 볶아서 먹어도 그 나물 향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참으로 좋아한다. 이러한 자식의 식성을 생각해서 늘상 봄부터 가을까지 산나물을 채취해서 서울로 보내 주시곤 했다. 당신 것 하나 챙겨두지도 못하고 늘 주는 것에 행복해하시던 어머니. 나 어릴 적에 친정엄마는 참으로 무섭고 엄하셨다. 딸이라서 더욱 엄하셨으리라..., 혼내고 나시면 당신 마음이 더 아프다시며 다독이고 안아주셨던 따뜻한 내 어머니. 내가 아이들을 낳아서 키워보니 내 어머니의 마음을 알 것 같다. 나도 어느결에 너무나 친정엄마를 닮아 버린 내 자신에 가끔씩 놀라곤 하니까... 오늘은 더욱 어머니가 보고싶다. 너무나 그립다. 베란다에 놓인 티 테이블에 엄마의 사랑과 손길이 가득한 나물과 국화차를 보니 사믓 서러움이 밀려온다. 이제는 이렇게 사랑을 주실 엄마가 보고싶어도 내 곁에 없다는 생각에 서러움과 그리움이 나를 힘들게 한다. 며칠 있으면 내 사랑하는 친정엄마의 첫 기일이 다가온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나신 내 어머니. 야윈 손마디와 작은 당신의 어깨를 다시 한 번 안아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아직도 그 그리움과 보고픔이 나를 너무나 힘들게 하는데, 어머니는 꿈속에서 '왜 자꾸 이제는 그만 보내 달라'고 하시는지...,아마도 이렇게 우는 딸자식이 걱정스러운 것 같다. 떠나실 때 정을 떼고 가신다더니 어머니도 정을 떼지 못하고 가셨으면서..., 힘없이 멍하니 울다가 지쳐 앉아 있으려니 내 아이가 우는 엄마가 걱정되는지 와서 나를 보듬어 안는다. '그래...,나도 우리 아이에게 내 엄마처럼 많은 사랑을 줘야지. 내가 받은 사랑을 물려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엄마도 그렇게 나에게 물려 준거라 믿는다. 이제 엄마 첫 기일에 하늘에 계신 엄마에게 말해야겠다. "엄마! 나 그만 울게요. 대신, 엄마 하늘에서 행복하셔야 해요. 그리고 꿈에서라도 가끔은 얼굴 보여주세요. 엄마 사랑해요." 라고. 오늘은 가을이 아니어도 무덥고 지치는 날씨여도 엄마의 향긋한 사랑을 취나물 반찬과 국화차 한잔으로 달래보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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