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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화 풀빵 글/ 淸幽 김수미 먼 기억을 되살려 겨울 하면 생각나는 사랑스러운 것 중의 하나! 바로 국화 풀빵인 것 같습니다. 하얀 눈이 내리는 날이면 시장에 가신 엄마를 기다리며 시린 손 호호 불어대며 먹었던 노르스름한 국화 풀빵이 생각납니다. 길가 가로등 옆에는 귀를 덮는 군인용 벙거지 모자를 쓴 흰 수염 까슬까슬한 할아버지가 동전통을 옆에 걸어두고 국화 풀빵을 파셨습니다. 그 시절에는 정말 가난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가난해서 허기진 배를 달래줄 유일한 식사대용 이 되기도 했던 국화 풀빵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10원에 10개였지만, 할아버지께서는 사람들에게 늘 덤으로 두세 개씩 더 넣어주셨던 것 같습니다. 엄마를 기다리던 어린 소녀는 넉넉한 마음의 할아버지께서 만드는 갓 구워 낸 노릇노릇한 색상의 예쁜 국화모양의 풀빵이 마냥 신기한 듯 뾰족 나온 병아리 입 모양을 하고 보았습니다. 국화 풀빵을 파시는 할아버지는 구워진 풀빵을 둥그런 쟁반에 가지런히 올려놓기도 하고, 얼기설기 매어놓은 철사 틀에 눅눅하지 말라고 올려놓고 팔기도 합니다. 풀빵이라서 뜨거운 기운이 조금 지나면 눅눅해지며 마치 국화꽃이 시들어가는 모양처럼 축 쳐져 버리곤 했는데 그 모양을 바라보는 어린 소녀는 시무룩해집니다. 힐끗 보시던 할아버지께서 "아가야! 무얼 그렇게 골똘히 보노?" "음. 꽃이..., 아니아니... 국화 풀빵이...정말 꽃처럼 시들기도 하네요?" 할아버지는 "허허허! 고 녀석 말이 걸작일세 그려!" 하시면서 막 구워낸 따뜻한 풀빵을 어린 소녀에게 건네며 함박웃음을 웃으신다. 벙어리장갑 위로 고소하게 구워진 국화 풀빵을 두 손에 받아든 어린 소녀는 신이 나서 하얀 눈 위로 뽀드득거리며 뛰어다닙니다. 엄마가 만들어주신 스웨터 옷 위에도 귓불 까지 쓸 수 있던 분홍 털모자 위에도 하얀 눈이 살포시 내려앉으며 소녀와 함께 행복한 겨울을 만들어냈습니다. 발그레한 두 뺨과 까르르 웃으며 행복해 했던 어린 소녀의 그 겨울! 이제는 중년이 된 어린 소녀에게 아직도 그 겨울의 국화 풀빵과 함박눈처럼 따뜻했던 할아버지의 웃음소리가 잔잔히 그려지는 겨울. 참으로 사랑스러운 겨울인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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