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 김수미 2010/4/6(화) 10:02 (MSIE6.0,WindowsNT5.1,SV1,Mozilla/4.0(compatible,MSIE6.0,WindowsNT5.1,SV1,.NETCLR2.0.50727,.NETCLR3.0.04506.30,.NETCLR1.1.4322)) 61.72.78.49 1280x1024 | |
 다시 찾은 봄 글/ 淸幽 김수미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다. 햇살은 눈부시고 부는 바람에 실려 오는 찬 공기는 코끝을 시리게 한다. 부산스럽게 아침부터 시골 내려갈 채비를 서두르며 밤새 준비한 음식들과 선물을 싸들고 차에 올랐다. 그런데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낯설게 느껴졌다. 왜일까......? 아마도 사는 것이 바쁘다는 핑계로 봄이 와서 모든 나무와 꽃을 활짝 피우며 생명의 아름다움을 나타낼 때도 나는 여전히 눈여겨보질 못 한 것이었다. 이제야 도로변에 노랗게 개나리가 활짝 펴서 반갑게 손을 흔들며 반기는 것이 눈에 들어오고, 분홍 진달래가 수줍은 듯 얼굴 붉히는 모습도 오늘에서야 마주하게 되었다는 것이 나를 놀라고 당황하게 했다. “그래..... 휴우...내가 이렇게 많이 변했구나. 예전에는 봄이 되면 꽃집을 그냥 지나치지 못할 정도로 꽃을 좋아하고 그 향기가 너무나 좋아서 행복해 하며 꽃 화분을 사들고 집으로 들어오곤 했는데, 또,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꽃을 보며 가슴 설레며 꽃향기에 내 마음 빼앗기며 집안 가득 꽃 화분으로 채우던 그때가 언제였던지.” 기억조차도 잃어 버린듯하여, 마음이 슬퍼진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햇빛이 내 눈에 살짝 입맞추듯 눈썹 끝에 매달린다.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방울져 맺힌다. 그간에 너무나 많은 것을 잊어버리고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참을 차를 달려 한가로운 시골집에 도착했다. 친지 어른께 인사드리고 산으로 올랐다. 선산 산등성이 양지 녘에 봉곳한 봉분이 따사로운 햇살을 받고 있었다. 벌초를 하며 묘를 돌보고 동서형님과 논두렁 밭두렁으로 봄나물 캐느라 분주히 다녔다. 개울물 흐르는 옆에는 돌미나리가 가득하고 두렁마다 은 달래와 쑥, 냉이가 가득했다. 겨우내 단단해진 땅을 뚫고 약하고 어린잎들이 어떻게 올라왔을까? 그 추운 겨울 얼지 않고 어찌 살았을까? 봄나물을 캐면서 신기하기만 했다. 얼마나 캤을까? 허리 펴고 일어나는데 건너편 두렁에 작은 꽃들이 가득히 피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가서 보니 잎사귀는 장미꽃을 닮았고 정작 꽃은 아주 작은 야생 들꽃처럼 푸른빛에 흰빛을 띄고 있었다. 마냥 신기해하자 동서형님이 그런 내 모습이 도리어 신기했나 보다. 형님이 다가오시더니 ‘뭘 그리 보는가?’ 하시면서 물으신다. 마냥 신기한 나는 ‘여기 야생화가 있는데 너무나 예뻐서 캘까 말까 고민 중이예요.’ 했더니 배꼽 잡고 웃으신다. 한참 웃고 나시더니 ‘서울 촌놈 맞네그려. 그건 야생 꽃이 아니고 나물이여. 곰방대나물. 부드럽고 연할 때는 나물로 먹고 꽃이 피면 못 묵어.’ 하시더니 숭덩 흙을 호미로 퍼내시며 곰방대 꽃에 뿌리 가득 흙을 품은 채로 비닐봉지에 담아서 내게 건네주신다. 서울 가서 심어보라고 하시며 금방 가득히 퍼질 거라고 하셨다. 나는 신이 나서 비닐봉지 밑을 종이컵에 넣어 고정했다. 시골에서 선산을 돌아보고 저녁 무렵 서울로 돌아오는데 하루의 피곤함이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는 듯했다. 내게 잃었던 봄을 찾게 해주고, 잊고 살던 사랑스러운 감성들을 다시금 되찾아 온 오늘 하루가 너무나 소중하고 감사하다. 돌아오는 내내 차 안에 놓인 종이컵 속 곰방대나물 꽃도 내 마음을 아는지 흔들리는 차 속에서 초록 손을 흔들며 기뻐하는 듯하다. 2010. 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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