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미의 소리샘

2004/6/8(화) 08:22 (MSIE6.0,WindowsNT5.1) 61.253.165.223 1280x1024

종이 접기를 하며. (수필)

빨강, 파랑, 초록.
색도 고운 색종이를 책상 위에 펼쳐놓는다.
양쪽으로 다른 색이 있는 양면 색종이,
한쪽만 색을 지닌 단면 색종이,
질감이 독특한 한지 색종이.
종류도 다양하게 갖춰놓고 오늘은 어떤 것을 만들어 볼까 구상해본다.
초록색종이로 숲의 나라를 만들어볼까?
아니면, 파랑색종이로 파랑새를 만들어 행복의 나라를 만들어볼까?
갖가지 상상력을 동원하며 종이를 골라본다.
종이를 매만지며 늘 느끼는 거지만, 종이를 접으면서
이상을 꿈 꿀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처음으로 접었던 것이 어릴 적 비행기였던 것 같다.
파란 하늘 위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며
나도 비행기를 타보고 싶고 하늘도 날고 싶었다.
그래서, 신문지를 가지고 꼬물꼬물 고사리손으로
비행기를 만들어 장독대 위에서 담장 너머로 날리곤 했다.
그렇게 종이접기와 나와의 첫 만남은 이루어진 것이다.
사람은 어릴 때 놀이가 취미로 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목표가 생기는 것 같다.
사춘기 때 쓰던 글들로 인해 자신의 선택이 이뤄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 내가 이렇게 종이를 만지고, 글을 쓰는 이유가 그런 이유인지도 모른다.
문득, 아이들과 종이접기할 때의 일이 떠오른다.
준영이란 아이가 있었다.
유난히 산만스럽고 잠시를 가만히 있질 못하는 아이였다.
다른 아이들과도 어울리질 못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내 곁에 앉게 한 후 종이접기를 했다.
두루뭉술하게 종이를 접은 준영이는 제대로 접기가 안되자 짜증을 내었다.
나는 준영이의 손을 감싸쥐고 종이를 정성껏 꼭꼭 만져주고, 다듬어 주는 것을 가르쳤다.
아이는 감싸고 있는 내 손을 뚫어지게 보고는 다시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씩 웃었다.
"준영아! 종이가 준영이 말을 잘 듣네. 역시, 준영이가 종이를 잘 만져주니까
종이가 예쁜 모습으로 변하는구나!" 했더니 " 와~ 정말로요?" 하며 어깨를 으쓱대었다.
내 마음을 아는지 다른 아이들도 "와~잘한다!" 하며 맞장구를 쳐주었다.
진영이의 발그레한 볼과 행복한 미소,
아이들의 고운 마음이 나를 행복하게 했다.
하루가 다르게 진영이의 행동이 차분해 져갔고,
아이들과도 잘 융화되어 나를 기쁘게 했다.
진영이 어머님도 고맙고 감사하다고 행복해 하셨다.
덕분에 여러 아이가 늘어났다.
그렇게 종이접기를 하다가 나만의 일을 시작하며 종이접기를 그만두게 되었다.
아이들은 다시 종이접기 교실이 열리기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나는 내 일상으로 돌아왔고, 시간을 내질 못했다.
그렇게 해를 넘기고, 나는 오늘 다시금
책상 위에 색종이를 올려놓으며 종이를 접으려한다.
오늘의 작품은 아이들의 "알콩달콩 내 세상"으로 종이를 접으련다.
내 눈엔 벌써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와 준영이의 볼그레한 얼굴이
색종이 위에 포개어지고 있다.
2004. 06. 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