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 김 수미 (dkaldp1004@hanmail.net)
2004/6/11(금) 00:36 (MSIE6.0,WindowsNT5.1) 61.253.165.223 1280x1024 | |
 새우젓( 수필) 어제 저녁부터 다듬어서 절여 놓은 배추를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헹구어서 채반에서 물기를 빼기 위해 씻어 엎어 두는 것이다. 잘 손질된 통통하고 뽀얀 대파와 늘씬하게 푸른 잎이 곧게 뻗어있는 쪽파를 가지런히 썰어서 쟁반에 놓고, 여인네의 알듯, 모를듯한 속내 같은 동그란 양파도 쟁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다. 맵고 알싸한 맛의 고춧가루와 마늘, 생강이 그에 뒤질세라 양념 통속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다소곳하게 자리하고 있으며, 서로 잘 어울리라고, 찰진 찹쌀 풀 또한, 우유빛깔의 고운 자태로 동그란 양푼에서 출렁임 없이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이것 저것 갖은 양념 다 준비해 놓고, 채를 썬 무를 고춧가루에 버무려 고운 빛깔의 치마폭처럼 물들여 놓고, 맛깔스런 새우젓을 찾아 넣으려 냉장고를 열어보니, 작고 투명한 플라스틱 통에는 있는 둥, 없는 둥, 바닥을 드러내 보이며 부족함을 내보이고 있는 젓갈 통 이 덩그러니 자리만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 서둘러 아이를 시켜 새우젓갈 심부름을 시켰더니, 사들고 온 새우젓은 소금물만 가득한 채 새우 몇 마리 수영하듯 떠 있는 대책 없는 새우젓갈이었다. 어린 시절, 엄마 심부름으로 새우젓을 사러 시장을 간 적이 있었다. 한여름 뜨거운 햇볕을 온몸으로 흡수하며, 걸어서 버스정류장 3개를 지나가야 할 만큼의 거리를 타박거리며 걸어갔다. 한참만에 시장에 들어서서 젓갈 집 할머니에게로 다가서서 자그마한 주먹을 펴고 손안에 50원을 할머니께 드리며 " 할머니~~ 엄마가요~새우젓 김치 담는다고요~ 50원어치 사오래요~" 했더니 할머니께서 " 이 더운데 걸어 왔니? 하시더니 갸름한 비닐봉지에 분홍색 깔때기를 꼽아서 국자로 새우젓을 퍼 담아 넣고, 이불 꿰매는 굵은 실로 칭칭 동여 매주셨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날씨는 무덥고 손에 들고 가는 갸름한 투명 비닐 안에 통통한 새우젓이 왜 그리 맛있어 보이던지..... 요즘 동네 슈퍼에서 파는 병에든 뿌연 새우젓과는 비교도 못할 정도로 고소했다. 자꾸만 손에든 비닐봉지 속에 새우젓의 유혹을 도저히 뿌리치질 못하고, 동여맨 실을 풀고 새우젓을 하나씩 꺼내 먹었다.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기막힌 맛이었다. 새우젓의 맛깔스러움에 더운 줄도 모르고 집으로 도착해서 보니, 반 이상이나 줄어버린 새우젓을 보신 어머니께서 김치 담는데 모자란다 하시며, 더 사오라 하셨다. 내 입맛을 행복하게 하여주던 새우젓 50원의 절반어치...25원어치 먹은 덕분에 난...뙤약 볕 세 정거장 거리의 시장을 다시금 새우젓을 사러 가야했다. 시장 안에 젓갈 집을 다시 찾아가니, 할머니께서 어찌 된 영문이냐 물으셨다. 난 사실대로 이야기를 했고, 할머니께서 한참을 웃으시더니... " 그리도 새우젓이 맛있더나?" 하시더니 100 원어치 분량으로 듬뿍 담아주셨다. 난 맛있는 새우젓을 듬뿍 받아서 개선장군처럼 집으로 돌아오니 어머니께서도 젓갈집 할머니 같은 말씀을 하셨다."새우젓이 그렇게도 맛있니? " 하시더니 새우젓을 김치담그는데 절반을 사용하시고, 절반은 깨소금 참기름, 파 , 마늘 넣어서 무쳐 주셨다. 지금도 그때의 그 새우젓 맛이 입안에서 감돌 때면 군침이 꿀꺽~넘어가곤 한다. 오늘은 그때의 그 새우젓갈 맛은 아니지만, 그 시절이 그리워서 김치담그고 남은 새우젓으로 어머니의 손맛을 그리며, 무쳐봐야겠다. 지금도 새우젓갈 집 할머니의 인자하신 그 모습과 갸름한 비닐봉지의 그 새우젓갈 맛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콧날이 시큰해지고, 마음마저 행복해짐을 느낀다. 2004. 06.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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