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 김 수미 (dkaldp1004@hanmail.net)
2004/6/28(월) 07:02 (MSIE6.0,WindowsNT5.1) 61.253.165.223 1280x1024 | |
 나 어릴적에 (1) ** 호박꽃이 필때면 ** (수필) ** 호박꽃이 필때면 ** 우리집은 외할아버지랑 같이 살았었다. 엄하시지만 , 자상하신 분이셨고, 할아버지께서 손대는것마다 풍성해져갔다. 꽃도 잘가꾸시고, 동물도 무척 잘 키우셨다. 큰 한옥집에 살았는데, 앞마당에는 펌프물도 있었고 수돗물도 있었으며, 부엌 뒷마당쪽으로는 자그마한 텃밭도 있어서 각종 키워먹을수 있는 채소는 거의다 심어 놓았기에 텃밭에서 손 쉽게 구해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예쁜강아지 두피도 함께 살았는데 매끄러운 흰털에 날렵해보이는 몸집을 가지고 있는 독일산 스피츠 였다. 앞마당 구석엔 연탄광도 있었는데 그 시절엔 연탄이 보편화된 연료였다. 지금의 가스보일러는 구경도 못했다. 그옆에 병아리를 키우는 닭장도 손수 할아버지께서 만드셨는데, 병아리사다가 꼬꼬닭을 만들어서 달걀을 낳으면 가족도 먹고 , 재미삼아 장에 내다 팔기도 했다. 이렇듯, 할아버지께서 손대시는것마다 너무나 잘되었다. 부엌뒷마당 텃밭에 엄마께서 호박을 심으셨는데...나는 그 호박꽃이 필때면 제일 신난다. 호박꽃을 따서 소꿉놀이를 할수 있었으니까... 잎은 김치담고 꽃속에 꽃술은 미용실 놀이할때 메니큐어대용으로 사용하며, 친구들과 너무나 재미 있게 놀수 있기때문이다. 하루는 친구들과 텃밭에서 호박꽃을 한옹큼 따서" 소꿉놀이하자~~~~" 하면서 신이났는데....할아버지께서..." 이상타....호박이 왜 안열리지...꽃도 안피는가?..찾아보기 힘드네...." 하시면서 내가 놀고 있는 쪽으로 오시는거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신이난다고 호박꽃으로 놀았다. 저 멀리서도 할아버지 눈에 호박꽃이 수북히 쌓인 우리소꿉놀이터가 보였는지 버럭 화를 내시며 " 요놈들이~~~!!~~~" 하시며 뛰어오시는거였다. 너무 놀라서 우리도 " 도망가자~~~" 하며 얼마나 달렸던지.... 동네를 얼마나 달렸던지...다리가 후둘거리고 숨은 턱에까지 차고 ... 이젠 안따라오시겠지 하고 돌아서는데...눈을 크게 부릅뜨시고 "요놈~바..라" 하시며 할아버지께서 서 계셨다. 할아버지께서 옆구리에 나를 대롱대롱 매달고 집으로 가시면서, " 요녀석아! 소꿉놀이도 좋치만, 꽃을 다 따버리면 호박은 언제 열리누~~!!" 하시는거였다. 집에서 혼날 생각에 " 할아버지~ 잘~못했어요~~~인젠 호박꽃 안딸께요~~할~아~버~지~이~이~" 하고 매달려 잡혀가면서 빌었다. 그런데, 할아버지께서 집앞 떡볶이 집에 나를 내려 놓더니, 떡복이랑, 어묵이랑 시켜서 내 앞에 놓고 " 요녀석아...이것 먹고 다음에는 호박꽃 따지마라..꽃이 곱게 펴야 호박이 열리는거야.. 그래야 가족들이 맛있게 먹을수도 있고 윗동네 홀로사시는 영배 할아버지와 동네분들 나눠 먹을 수 있는 거란다." 하시면서 웃으셨어요. "네....잘못했어요... 앞으로는 절때로~~~~호박꽃 안딸께요~약속~~" 하면서 손가락을 내밀고 고리걸었었다. 그때 먹던 떡볶이 맛은 지금도 그리워진다. 집으로 할아버지랑 손잡고 돌아오는길이 왜 그리 흥이나던지 ... 맛난 떡볶이 먹은것도 행복했고..그렇게 무섭게만 보이던 할아버지의 얼굴이 소꿉친구처럼 다정하게 보였다. 그때그시절에는 정말 못사는 분들이 많아 거지가 늘 집집마다 동냥하며 돌아 다녔다. 우리 한테는 늘 무섭게 " 아껴써라..."를 귀에 못이 박히게 하시는 할아버지신데 구걸 오는 걸인에겐 아낌없이 퍼주시는 참으로 묘한 분이라고 어린 나는 그리 생각했다. "사람 집에 사람오는건 당연한 일이지.... 베풀고 그래야 복이 온단다.. 집에 사람끓는집 치고 못사는집 없는 법이야... 너도 크면 알거란다... " 할아버지의 그 소리가 지금도 내귀에 쟁쟁하게 울린다. 호박꽃이 활짝 필때면...할아버지가 생각난다.. 2004. 05. 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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