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다송(南道 茶頌) 

글/나천수 

우리네 풍습에서는 
차 마시는 일이 
일상의 생활이었으니 

다반사(茶飯事)라는 말이 
식사하면서 차 마시는 건 
밥 먹고 숭늉 마시는 거와 같으니, 

차 속에 세상사가 
우려 나오는 것 
알고 마시는 것이다. 

차 맛이라는 것이 
한 모금 입에 머금으면 
쓰고, 떫고, 달고, 구수하고, 
산뜻하고, 개운하여 
향이 그득하게 
입안에 침을 고이게 하는 
깊은 맛이 있어서 
한마디로는 표현할 수 없으니, 

그것은 인생사의 맛이 그리하니 
차 마시면서 삶의 철학을 깨우치라고 
다반사의 문화가 우리 것이 된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람이 태어나 한세상 살아보면 
쓰다고 뱉을 수 없고 
달다고 쉬이 마시면 안 되고 
떫다고 불평하면 아니 되는 게, 
인생이란 것 느끼듯이 

녹차한잔 마시기 위해 
맑은 물, 작설의 차 잎 준비하여 
물 끓이고, 차 울려 내는 
형식과 기다림의 과정을 지나서 
얻은 찻물도 한 모금씩 입에 머금다가 
천천히 마시는 것 

이것은 바로 인생을 의미하는 거 아닌가, 
인생이라는 늪이 얼마나 깊은지 
삶의 대해가 얼마나 넓은지 
사람의 욕망이 얼마나 높은지 
자로, 저울로 잴 수 없듯이 

차 맛이 깊은 맛으로 느껴지는 것은, 
차가 인생의 스승이요 
세상사 살아가는 교과서라서 
일지암의 초의 스님은 
다반사를 통하여 득도 하였거늘, 

사람들아, 
광양 백운산 옥룡계곡으로 흐르는 
안화수(安華水) 길러다가 
죽로차(竹露茶) 우려내어 
입에 한 모금 머금으면 
백학동의 백학이 
청학동의 청학이 
산신령과 더불어 그대를 찾아 가리........ 


2004년 6월 7일 

※안화수(安華水)/밤12시에 흐르는 계곡 
물 속에 은하수가 고여 있는 물을 
은하수랑 같이 퍼낸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