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주는 그리움들


詩-김수미



양철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의 맑은소리를 들어 보셨나요.

통통... 지붕에 
빗방울이 부딪치며 내는 소리에 
알 수 없는 그리움이 밀려듭니다.


먼 산 언덕에 아른거리는 
아지랑이를 본 적이 있나요.

땅에서 아른거리며 
피어 오르는 아지랑이를 보면
알 수 없는 그리움이 밀려듭니다.


먹구름을 타고 와 
한순간에 
쏟아져 내리는 
소나기를 본 적이 있나요.

마른 거리에 
작은 빗방울들로 

가득히 
메워버리는 소나기를 보면
알 수 없는 그리움이 밀려듭니다.



산등성이에 억새가

바람에 
너울거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나요.

바람이 
억새를 흔들면

바람결 따라 
갈색파도를 만드는 모습을 보면
알 수 없는 그리움이 밀려듭니다.


한적한 시골집 
따뜻한 온돌방에 엎드려 
내리는 흰 눈을 본적이 있나요.

손발이 
꽁꽁 어는 겨울날

따뜻한 온돌방에서 
내리는 흰 눈을 보면
알 수 없는 그리움이 밀려듭니다.


계절은 
나에게 아름다운 그리움들을
가득히 안겨주며 살며시 지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