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춘 (惜春) 석춘 (惜春)
청유 (淸幽) 김수미
거리가 온통 봄꽃으로 가득하다.
길을 걷다 보면 꽃밭을 걷는 기분이 든다.
자동차가 오가는 차도에도 사람들이 오가는 인도에도 온통 꽃잎들이 하얗게 눈처럼 내려앉아 있기 때문이다. 바람이라도 한 점 휙~하고 불어올 때면 하얀 꽃송이가 멀리 날아가고 싶은 듯 가볍게 몸짓을 한다.
지난겨울 매섭던 추위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계절의 시간 속으로 떠나가고 움츠렸던 봄의 새싹들이 앞을 다투어 머리를 내밀더니 이제는 여름을 재촉하듯 꽃송이를 털어내며 날리고 있으니........ 봄은 참으로 귀여운 녀석이다. 아니 독특한 녀석이다.
나는 달음박질하는 봄을 잡으려 꽃잎도 조심히 음미하고 있는데 녀석은 성질도 급하게 자꾸만 달려가니 내가 나이가 들었나 보다. 봄의 옷자락 끝이라도 잡으려 안간힘쓰며 따라 달려도 역부족이니 말이다. 누군가 노래하듯 ‘가는 세월~ 그~누가~막을 수가 있나요~’라던가. 나도 모르게 실소가 풋! 하고 나온다.
“이런, 이런, 그래 가는 세월은 가라 해야지. 그래야 오는 세월과 인사를 나누고, 오는 계절과도 상견례를 해야 하니 말이다. 가끔 뚱딴지같이 하늘을 멍하니 바라볼 때가 있다. 내가 어려서 보았던 그 구름이 서로 여러 모양을 만들며 자랑하듯 흘러가던 하늘인지, 밤이면 별이 무수히 쏟아져 내리던 내 어릴 적 툇마루에 앉아서 보던 그 하늘인지. 계절도 세월도 순리대로 흘러가는데 사뭇 가슴이 저린 이유는 무엇일까? 코끝이 찡하게 아프고 시큰거리는 이유는 무엇인지........
아마도 자꾸만 그리움이란 오랜 친구가 등을 토닥이기 때문이 아닐까? “친구! 하나님이 만들어 놓은 이 아름다운 세상이 우리에게 얼마나 아름다운 꿈과 얼마나 많은 힘을 주었는지 아는가?” “응. 그래. 꿈이 있고 그래서 그 꿈을 이루어가며 살고 있지.” 나는 혼자서 중얼거리며 되묻고 답한다.
하나님이 만드신 이 세상에 내가 어느 곳, 어디에 있든지 난 그 아름다운 걸작 속의 한 폭의 그림으로 동화되어 있으니 말이다. 주변을 돌아보니 모든 것이 보물찾기처럼 곳곳에 가득한 아름다운 보물들로 가득히 숨어 있는 것이 아닌가?
빛나는 태양도, 찰랑거리며 흘러가는 강물도,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도,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나무들도, 모든 내가 원하는 모양으로 흘러가는 구름도, 까만 밤에 빛나는 별들도 비 온 뒤 구름다리 놓는 무지개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아름다운 보물들이 가득한데 사람들은 왜 자꾸 파랑새만 찾아다닐까?
메테르링크의 그 파랑새는 소소한 일상 속의 꿈을 이루어가며 열심히 사는 그 삶이 바로 행복의 파랑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봄날이 지나가기 전에 맘껏 느끼고 맘껏 누리며 하나님이 주신 아름다운 세상을 힘껏 행복하게 안아보련다.
땟찌~ 봄! 귀여운 녀석. 다람쥐처럼 쪼르륵~ 달려가도 또 다시 내게로 돌아올 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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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김수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