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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김수미 (daldp1004@hanmail.net)
2005/5/31(화) 14:59 (MSIE6.0,WindowsNT5.1,SV1) 61.253.205.147 1280x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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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내 맘 알지요? (수필) 엄마 내 맘 알지요?
글-김수미
늦은 시간 텅 빈 학교 운동장을 걸어본다.
어둠을 가득히 품은 나무들과 주인 없는 벤치들.
침묵이 흐르는가 싶더니 어디선가 한 분 ,두 분. 사람들이 들어선다.
자세히 보니 허리에 줄넘기를 질끈 동여맨 아주머님들과
편안한 운동복 차림의 사람들이 들어선다.
시계를 보니 밤 9 시 40 분을 조금 넘겼는데 식사와 집안 정리를 마치신 분들이
건강을 위해 운동을 나오신것 같다.
운동 나오신 분들은 제각기 자리를 찾아서 운동장을 쉼 없이 경보로 걷는 분들,
가벼운 달리기로 쉼 없이 뛰시는 분들, 한구석에서 줄넘기를 하시며 숨을 몰아쉬는
분들, 농구 골대에 공을 던져 넣으며 점프를 하는 학생들.
모두 한결같이 운동에 열중하며 땀을 흘리고 있다.
조용히 벤치에 앉아서 노트에 서너 자 끼적이는 내게 아주머니 한 분이
다가오셔서 물으신다.
" 뭘 그리 공부하시나 궁금혀서 왔는디 뭘 하신데요? " 하시며
구수한 사투리에 호기심 찬 눈빛으로 바라보신다.
"아니에요. 잠시 조용한 것이 좋아서 몇 자 적고 있었네요.
그런데, 매일 운동 나오세요?" 하고 묻자
아주머님은 " 에구...나이 60 이 넘어가니 온몸이 다 아픕디다. 그래서
딸자슥 성화에 사위랑 사돈양반이랑 매일 나와서 이렇게 걷는다우. 글씨..병원서
뛰는건 관절에 안좋다 합디다. 그렇다고 수영을 하라는디 이 나이에 무신 수영복입고
남사스럽게 수영한다요..이냥저냥 생각 끝에 걷기 운동하는게 제일 좋겠다 싶어서
하는게지. " 아주머니는 수줍은 듯 싱긋이 웃는다.
저 멀리서 30대 초반의 새댁과 옆 지기로 보이는 30대 중반의 남자가 뛰어오면서
" 엄마 많이 힘들어요?" "어머님 힘드세요?" 걱정스러운 눈빛의
사랑이 가득 차있는 목소리로 옆에 앉으신 아주머니께 묻는다.
" 아녀...괘 않어 ..잠시 쉬는 중이니께 어여 운동이나혀" 아주머니 말씀에 안심이 되는 듯
새댁은 내게도 가벼운 목례로 인사하며 다시 아주머니께 "엄마 그럼 저희는 어머님하고
세 바퀴더 걸을게요. 오세요. " 하며 뛰어가자
아주머니께서 환하게 웃으시며 "내 딸자슥이지만 하는 짓이 이뻐요. 시부모 섬길 줄알지
친정부모 챙길 줄알지. 사위는 또 어떻냐믄 성실허지 인물 훤허지,맘 씀씀이 착허지,
내 딸자슥 이뻐라허지. 어따 내놓아도 손색이 음써요. 하하하 에구...이 주책좀봐...
자슥 자랑은 팔불출의 하나 라고 허는데 ...." 글 쓰는디 방해나 하지 않었나 모르것네요..."
하시며 미안하신 듯 옷을 툭툭 털며 고개로 인사를 하신다.
" 아니에요. 별말씀을요. 덕분에 행복한 이야기 잘 들었어요. 늘 건강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세요. " 하며 인사를 드리자 아주머니께서도 "고마워요. 또 봅시다"
하시며 잰걸음으로 사위에게로 가신다.
걸어가는 아주머니의 뒷모습에서 내 친정어머니가 왜 불현듯 떠오르는지...
내 어머니에게도 내가 곁에서 건강 챙기며 함께 운동하자며 걷고 산책이라도 했으면 좋을 텐데..
늘 멀리 떨어져 산다는 이유로 자주 함께 할 수 없음에 마음만 안타깝고, 한번 갈 때면
벼르고 별러서 아주 작은 시간 동안 마주하다 와야 하는 딸자식이다 보니 늘 죄송스럽다.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져서 얼른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손등으로 눈물 닦아내며 내가 엄마 생각에 바라보는 저 밤하늘을 내 어머니도 바라보고
계실까?.
꽃피는 봄이면 꽃구경을, 더운 여름이면 시원한 계곡에 발 담그고, 단풍드는 가을엔 단풍구경을
눈 내리면 함께 따뜻한 벽난로에 앉아 눈 구경을 시켜드리고 싶었는데.
늘 마음만 앞서고 대입준비 아이 때문에... 내 일 때문에 등등 발목 잡는 현실이 내 맘을
어지럽힌다.
한참 동안 밤하늘을 바라보며 마음이 무거워지는데 멀리서 인사하는 소리가
들린다. 바라보니 아까 그 아주머니셨다.
" 글 쓰는 양반~지 먼저 들어가요~ 다음에 또 봅시다. 아~ 그리고
은제든 한번 편한 시간에~ 요그 앞 동네 ** 아파트 703호로 와요~
내가 열무 국시 맛나게 말아드릴테니께" 하시며 손을 흔들고 가신다.
딸, 사위 뒤로 안사돈 두 분이 손을 꼬옥 잡고 걸어가시는 모습이
어찌나 아름답고 행복해 보이시던지.
오늘따라 더욱 내 어머님이 그리워 자꾸 밤하늘만 쳐다보며
혼자 속삭여본다.
"사랑하는 엄마...,내 맘 알지요...? 많이 사랑하는거..."
2005. 0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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