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글/나천수

하나는 하나인 것이지만,
둘도 하나라면 二律背反인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이율배반의 틀로 만들어져
두개가 반대이면서
하나가되는 것이 어디 한 두 개랴,

사람의 가슴 깊이 한자도 안 되는데
마음의 깊이를 잴 수 없다하고 
그 속에 채워진 
사랑과 미움이
행복과 불행이
등 돌려 반대 방향인 것 같아도
언젠가는  단 한번, 아니면 여러 번 
둘이 만나야하는 것이 이율배반 아닌가.

어디 그 뿐이랴,
세상사의 앞과 뒷모습,
겉과 속이 야누스 같다지만
야누스가 보이랴,
다만 야누스가 분만한 2월의 성깔이
얼어야 녹고, 녹아야 얼고
쓸어져야 서고, 서야 쓸어 지고,
살아야 죽고, 죽어야 사는
이율배반 같은 고드름 같아서,
둘이 하나라고 우기는 것이다.

겨울이 봄이랑 둘이 하나라면서
눈꽃이 봄꽃인양 신방 차리고 
동짓달부터 정월까지
흰눈 요 위에 강제로 눕히고
흰눈 이불 뒤집어씌우고,
얼마나 많이 겁탈하였는지
요 자리 밑으로 붉은 피가 스며들어
그 땅에서 봄꽃이 피어나는구나.

그때야 눈꽃이 봄꽃 아닌 것 알고
겨울을 밀치어 내고 일어나려하는데
일어나지 말라고 짓누르고
일어나야겠으니 비켜 달라고
실랑이 하다가
봄이 겨우 겨울의 손아귀를 벗어나
일어서니 立春이라 한다.

봄이 섰는가 싶더니,
어느새 둥둥 떠서 이산 저산 떠다니며 
봄꽃 피우니
눈꽃이 부끄러워 자취를 감추며  왈,

다리도 없는 것이 일어선다는 것은
날개도 없는 것이 둥둥 뜬다는 것은
이율배반이라고 소리치면서
꽃샘추위로 협박하지만
서버린 봄을 누운 겨울이 어찌 이기랴.

2005년  2월  4일 입춘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