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산이..



글/나천수 


그대 산이 높아 보이는 것은 
우러러 쳐다보면서 
올라오라는 것인가. 

꼭대기에 가보면 
높은 곳은 보이지 않고 
낮은 곳만 보이는 것이 
고개 숙여 보면서 
내려가라는 것인가. 

높아 보인다고 
낮아 보인다고 
자랑하거나 부끄러워 마라. 
높은 곳에서는 
낮은 것만 보이고 
낮은 곳에서는 
높은 것만 보이는 게 
시선의 한계이거늘, 

못 올라갈 높이 없고 
못 내려갈 낮이 없듯이 
올라가면 내려가야 하고 
내려가면 올라가고 싶은 것이 
낮은 곳은 높은 곳을 
높은 곳은 낮은 곳을 
서로 그리워하는 것이리. 

철따라 옷 갈아입는다고 
산의 날씨 변화무쌍하다고 
속조차 변하랴. 

겉과 속이 
하루에도 수 십 번 변하는 사람들이 
그대 산을 우러르며 
목구멍까지 차오른 숨으로 
그대 품에 안기려는 것은 

그대 변치 않은 
내공의 기를 내림굿으로 받아 
비바람이 불어도 
눈보라가 몰아쳐도 
그대 높이만큼 
그대 낮이 만큼 
그대의 무게로 
이 세상이 버티고 싶어서이니.............